전세 만기가 다가오면 세입자와 집주인은 정확히 반대편에서 같은 법을 봅니다. 세입자는 “2년 더 살 수 있을까, 얼마나 올려줘야 할까”를 걱정하고, 집주인은 “이번엔 내가 들어가 살아야 하는데 내보낼 수 있을까, 시세만큼 못 올리는 건 아닐까”를 고민합니다. 이 두 질문의 답이 모두 임대차 2법 안에 들어 있습니다. 2020년 7월 말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세입자에게 유리하다” 또는 “집주인에게 불리하다”는 한 줄로 요약되면서, 정작 언제 쓸 수 있고 언제 못 막는지의 경계가 흐릿하게 알려져 있다는 점입니다. 갱신청구권은 무한정 쓰는 게 아니고, 5% 상한도 모든 상황에 자동 적용되는 게 아니며, 집주인의 거절도 아무 때나 되는 게 아닙니다. 이 글은 임대차 2법을 세입자와 집주인 양쪽 관점에서 나눠, 2026년 기준으로 그 경계선을 정리합니다. 계약 자체의 안전장치가 낯설다면 전세보증금 지키는 3중 장치를 먼저 읽고 오시면 이 글이 훨씬 잘 붙습니다.
임대차 2법이란 — 갱신청구권과 상한제, 한 쌍의 장치
‘임대차 3법’이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실제로 세입자·집주인의 협상에 직접 작동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나머지 하나(전월세신고제)는 계약 내용을 신고하는 행정 절차라 협상 자체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 제도 | 핵심 내용 | 누구에게 유리한 장치인가 |
|---|---|---|
| 계약갱신청구권 | 2년 만기 세입자가 1회에 한해 추가 2년 연장 요구 가능 (“2+2”) | 세입자의 거주 안정 |
| 전월세상한제 |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 | 세입자의 비용 예측 가능성 |
| (전월세신고제) | 보증금 6천만 원·월세 30만 원 초과 계약은 30일 내 신고 | 시장 투명성(행정) |
두 장치는 세트로 움직입니다. 갱신청구권만 있으면 집주인이 “연장은 해주되 두 배로 올리겠다”고 나올 수 있고, 상한제만 있으면 애초에 계약을 연장 안 해버리면 그만입니다. 두 개가 함께 있어야 “계속 살 권리 + 예측 가능한 비용“이 성립합니다. 그래서 이 둘을 묶어 임대차 2법이라 부릅니다.
여기서 오해가 하나 생깁니다. 전월세상한제의 5%는 ‘갱신할 때’의 상한이지, 새로운 세입자와 처음 계약할 때(신규 계약)의 상한이 아닙니다. 그래서 세입자가 나가고 새 세입자가 들어오는 시점에는 시세대로 올릴 수 있고, 이 때문에 같은 아파트에서도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의 가격이 크게 벌어지는 ‘이중 가격’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계약갱신청구권 — 언제, 어떻게 행사하나
세입자에게 가장 먼저 중요한 것은 타이밍입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아무 때나 말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정해진 창(window) 안에서 행사해야 합니다.
- 행사 시기: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사이에 집주인에게 갱신 의사를 통지해야 합니다(2020년 12월 10일 이후 체결·갱신된 계약 기준). 만기 1개월 전에 말하면 이 권리로는 늦습니다.
- 횟수: 계약갱신요구권은 1회만 쓸 수 있습니다. 이미 이 권리로 한 번 갱신했다면, 그다음 만기에는 다시 요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최대 보장 기간이 ‘2+2 = 4년’인 것입니다.
- 방법: 구두로도 효력은 있지만, 분쟁을 막으려면 문자·카카오톡·내용증명 등 날짜가 남는 형태로 통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몇 월 며칠에 갱신을 요구했다”는 증거가 나중에 결정적입니다.
한 가지 세입자에게 유리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갱신청구권으로 갱신된 계약은, 세입자가 계약 기간에 묶이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2024년 판결(2024. 1. 11. 선고)에서 계약갱신요구로 갱신된 임대차는 세입자가 언제든지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그 통지가 집주인에게 도달한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종료된다고 정리했습니다. 즉 갱신으로 2년을 확보해두되, 중간에 이사할 일이 생기면 3개월 전에 알리고 나갈 수 있습니다. 집주인은 반대로 이 기간에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으니, 이 조항은 세입자 쪽에 확실히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집주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9가지 — 실거주가 핵심 전장
세입자가 요건을 갖춰 갱신을 요구하면, 집주인은 원칙적으로 거절할 수 없습니다. 다만 법이 정한 예외에 해당하면 거절할 수 있는데, 그 사유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9가지로 열거돼 있습니다.
| # | 거절 사유 | 실무에서의 의미 |
|---|---|---|
| 1 | 차임 2기 이상 연체한 사실이 있음 | 월세를 두 번 치 밀린 전력이 있으면 거절 가능 |
| 2 |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임차 | 신분·조건을 속이고 계약한 경우 |
| 3 | 서로 합의하고 집주인이 보상 제공 | 이사비 등 보상에 세입자가 동의 |
| 4 | 집주인 동의 없이 전대(무단 전대) | 세입자가 몰래 재임대 |
| 5 | 고의·중과실로 주택 파손 | |
| 6 | 주택이 멸실되어 임대 불가 | |
| 7 | 철거·재건축 계획을 사전 고지 후 실행 | 계약 시 미리 알린 경우 |
| 8 | 집주인(또는 직계존·비속)의 실거주 | 분쟁이 가장 잦은 항목 |
| 9 | 그 밖에 계약 유지가 어려운 중대한 사유 |
이 중 8호 ‘실거주’가 거의 모든 분쟁의 무대입니다. 집주인이 “내가 들어가 살겠다”고 하면 세입자는 갱신을 관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은 여기에 강력한 안전장치를 걸어두었습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고 세입자를 내보낸 뒤, 정당한 사유 없이 2년 안에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하면 세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배상액은 다음 셋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정해집니다.
- 갱신 거절 당시 월 단위 임대료(환산액)의 3개월분
- 새 세입자에게 받은 임대료와 기존 임대료의 차액 2년분
- 갱신 거절로 세입자가 입은 실제 손해액(이사비, 중개보수, 대출이자 증가분 등)
대법원은 실거주를 이유로 한 거절이 정당하려면,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하려는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점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증명 책임이 집주인에게 있다는 뜻입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실거주를 이유로 나갔는데 얼마 뒤 그 집에 다른 세입자가 들어온 정황이 보이면 전월세 실거래가 조회로 해당 주소의 신규 임대차 신고 내역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새 임대차의 흔적이 손해배상 청구의 출발점이 됩니다.
전월세상한제 5% — 실제로 얼마까지 올릴 수 있나
갱신이 되면 그다음은 금액입니다. 전월세상한제는 갱신 시 임대료를 직전 임대료의 5% 이내에서만 올릴 수 있게 합니다. 이 5%는 상한일 뿐이므로, 시·도가 조례로 그 이하(예: 3%)로 더 낮출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5%를 넘는 인상은,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합의하지 않는 한 강제할 수 없습니다.
숫자로 보면 명확합니다. 보증금 4억 원짜리 전세를 갱신한다고 해보겠습니다.
- 최대 인상액 = 4억 × 5% = 2,000만 원
- 갱신 후 보증금 = 최대 4억 2,000만 원
집주인이 “옆집은 4억 8천에 나갔다”며 4억 8천을 요구해도, 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에게는 4억 2천이 상한입니다. 그 차이 6천만 원이 바로 이 제도가 세입자에게 주는 실질 혜택입니다.
반전세(보증금+월세)라면 보증금과 월세 각각에 5%를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2억 원 + 월세 80만 원 계약이라면 이렇게 됩니다.
| 항목 | 기존 | 갱신 상한(+5%) |
|---|---|---|
| 보증금 | 2억 원 | 2억 1,000만 원 |
| 월세 | 80만 원 | 84만 원 |
주의할 점은, 이 5% 상한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갱신하는 경우에 확실히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고 집주인과 새로 협상해 재계약하는 형태라면, 법적 성격을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5% 상한의 보호를 확실히 받으려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남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내 지역의 최근 전월세 시세가 실제로 얼마나 움직였는지는 전월세 실거래가 조회에서 확인하고, 전세와 매매 중 무엇이 유리한지 저울질 중이라면 전세 vs 매매 판단 프레임도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
세입자가 놓치기 쉬운 두 가지 — 묵시적 갱신, 그리고 권리의 소진
첫째, 묵시적 갱신과 계약갱신청구권은 다릅니다. 집주인도 세입자도 만기 전에 아무 말이 없어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것이 ‘묵시적 갱신’입니다. 이렇게 자동 연장된 경우, 세입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아직 쓰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 즉 묵시적으로 한 번 연장되었더라도, 그다음 만기에 계약갱신요구권(2년)을 다시 행사할 수 있습니다. 묵시적 갱신 한 번으로 4년 권리가 사라진다고 오해해 손해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반대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한 번 명시적으로 쓰면 그 권리는 소진됩니다. 그래서 “이번에 갱신청구권을 쓸까, 아니면 묵시적 갱신으로 넘길까”는 세입자에게 전략적 선택입니다. 앞으로 오래 살 계획이고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가 없어 보인다면, 굳이 권리를 지금 소진하지 않고 아껴두는 편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이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실거주 예정이 있는 집이라면, 계약할 때부터 그 사정을 문서로 남겨두고, 갱신 거절이 필요한 시점에 사유를 객관적 증거로 준비해야 나중의 손해배상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세입자를 들이기 전 그 집의 권리관계·시세를 점검하는 방법은 전세가율 안전 가이드에서 이어집니다.
개정 논의는 어디까지 왔나
임대차 2법은 시행 이후 계속 개정 논의의 대상입니다. 2025년 10월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현행 1회(최대 4년)에서 2회(최대 9년)로 확대하고 기본 임대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자는 개정안이 발의됐고, 반대로 5% 상한이 집주인 부담을 키워 이중 가격을 만든다는 이유로 상한을 완화하거나 일정 금액 이하 주택에만 적용하자는 논의도 함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안들은 아직 법으로 확정되지 않았고 논의 단계입니다. 2026년 현재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앞에서 정리한 ‘2+2, 5% 상한, 9가지 거절 사유’입니다.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개정 뉴스보다 현행 규정을 기준으로 판단하되, 계약·갱신 시점에 제도가 바뀌지 않았는지 국토교통부나 관련 기관 안내를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집주인이 바뀌었는데, 새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며 갱신을 거절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집을 산 새 소유자는 기존 임대인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므로, 실거주가 진정한 목적이라면 실거주(8호)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도 실거주 의사가 진정하다는 점을 새 집주인이 증명해야 하고, 거절 후 정당한 사유 없이 2년 내에 제3자에게 임대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세입자가 갱신 요구 시기(만기 6개월~2개월 전)를 이미 지켰다면, 매매 시점과 무관하게 그 요구는 유효합니다.
Q2. 5%보다 많이 올려달라고 해서 합의해줬는데, 나중에 무를 수 있나요?
전월세상한제의 5%는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상한이므로,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5%를 넘겨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5% 초과 인상에 합의했다면 그 합의 자체가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초과분에 대해 이의를 남겨두었다면 다툴 여지가 있으므로, 상한을 넘는 요구를 받았다면 합의 전에 관할 분쟁조정위원회 등에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3. 묵시적으로 한 번 연장됐는데, 이제 갱신청구권은 못 쓰나요?
쓸 수 있습니다. 집주인·세입자 모두 만기 전 통지 없이 자동으로 연장된 ‘묵시적 갱신’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묵시적 갱신 이후 다음 만기에 계약갱신요구권(2년 보장, 5% 상한)을 별도로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계약의 형태에 따라 해석이 갈릴 수 있으니, 통지 이력을 문자 등으로 남겨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정리
임대차 2법은 결국 세 가지 경계선으로 요약됩니다 — ① 세입자는 만기 6개월~2개월 전 사이에 1회 갱신을 요구해 ‘2+2’를 확보할 수 있고, 갱신 후에는 3개월 전 통지로 언제든 나갈 수 있다. ② 갱신 시 인상은 5% 이내로 묶이지만, 이는 갱신 계약에 한정되고 신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③ 집주인은 9가지 사유, 특히 실거주로 거절할 수 있으나 그 진정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고, 허위였다면 손해배상을 진다.
세입자든 집주인이든, 핵심은 “권리와 예외의 경계를 정확히 알고, 통지·거절을 날짜가 남는 형태로 남겨두는 것”입니다. 계약 전 시세는 전월세 실거래가 조회로 확인하고, 보증금을 지키는 절차는 전세보증금 지키는 3중 장치에서 이어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자료·데이터 출처
-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629&ccfNo=4&cciNo=4&cnpClsNo=1
- https://www.molit.go.kr/policy/rent/rent_c_01.jsp
-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75302
- https://www.scourt.go.kr/portal/news/NewsViewAction.work?seqnum=9708&gubun=4&type=5
- https://www.molit.go.kr/policy/faq/view.jsp?insa_id=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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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경제를 읽는 리지노믹스 운영자입니다. 한국은행·KOSIS·국토교통부 공공데이터를 직접 내려받아 검증하고, 계산기와 실거래 데이터로 “내 상황에서 얼마인지”에 답하는 글을 씁니다. 모든 글은 1차 출처를 명시하며, 특정 상품·지역의 매수 권유를 하지 않습니다.